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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20:16]
농협엔 왜 여성 임원이 없을까송옥주 의원의 ‘농협중앙회 성평등법’, 유리천장을 법으로 깨겠다는 시도농협중앙회와 그 자회사에는 여성 상임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직원 10명 중 4명이 여성인데, 임원 테이블에 여성은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협동조합이라는 이름, 공공성을 내세우는 조직이라는 설명과 달리, 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1월 15일 농협중앙회와 자회사들의 성별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농협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농협중앙회 성평등법’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여성 직원 비율이 30%를 넘는 농협중앙회와 자회사에서 상임임원이 2명 이상일 경우, 여성 상임임원을 반드시 선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지역농협에만 여성 이사 선출 기준이 적용됐다. 여성 조합원이 30% 이상인 지역농협은 여성 이사 1명 이상을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정작 농협중앙회와 자회사에는 이런 기준이 없어, 조직의 꼭대기 구조는 사실상 남성 독점 체제로 굳어져 왔다.
현재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34곳의 상임임원은 모두 58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집행간부 98명 중 여성 비율은 6%, 부실장급 377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전체 직원 2만7천793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39%에 이르지만, 승진 사다리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은 급격히 사라진다.
송 의원이 받은 농협중앙회 제출 자료는 이 조직의 유리천장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 대기업 평균보다도 낮은 여성 임원 비율,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여성 상임임원 구조는 협동조합 정신과도 거리가 멀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변화는 숫자로 바로 드러난다. 여성 상임임원 선출 요건을 충족하는 계열사는 현재 34개사 가운데 5개사다. 법이 통과되면 최소 5명의 여성 상임임원이 새로 배출된다. 여성 상임임원 비율은 약 8%로 올라가게 된다. 이는 국내 대기업 평균 수준을 약간 웃도는 수치다.
여기에 여성 직원 비율이 25% 이상인 농협중앙회, 농협유통, 농협손해보험까지 여성 비율이 30%를 넘기게 되면, 여성 상임임원 비율은 최대 14%까지 높아질 수 있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제로’ 상태를 생각하면 조직 문화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송옥주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라 지역농협을 지원하는 공공성이 강한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공공성을 내세우는 조직이 성평등과 다양성에서 뒤처진다면, 사회적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송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을 지원하는 공공성이 강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 양성평등과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전반에서 성평등 의사결정 구조를 정착시키고, 조직의 책임성과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협은 농민의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협동과 연대, 공동의 책임이라는 가치 위에 세워진 조직이다. 그 정신이 오늘의 조직 운영에도 살아 있다면, 임원 테이블에도 다양한 얼굴이 앉아야 한다.
성평등은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는 규칙이 있어야 움직인다. ‘농협중앙회 성평등법’은 그 규칙을 만들겠다는 시도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협동조합의 정신이 법과 제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답은 입법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월간 기후변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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