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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핑크 “토큰화는 금융의 인터넷이 될 것”-한국의 암울한 금융상황

인터넷 시대 vs 토큰화 시대

플랫폼을 장악한 자 vs 금융의 길을 까는 자

금융의 변곡점은 의외로 빨리오고 있다.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1/15 [08:05]

래리 핑크 “토큰화는 금융의 인터넷이 될 것”-한국의 암울한 금융상황

인터넷 시대 vs 토큰화 시대

플랫폼을 장악한 자 vs 금융의 길을 까는 자

금융의 변곡점은 의외로 빨리오고 있다.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1/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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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수 기자    

블랙록 CEO 래리 핑크가 던진 한마디는 묘하게 익숙하다. “토큰화는 인터넷 초기와 같은 전환점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기술 전망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가 끝나고, 또 다른 시대가 시작될 때마다 반복되어 온 구조적 변곡점의 선언이다.

 

1990년대 말, 전 세계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다. 라이코스, 야후, 알타비스타, 다음, 네이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했고, 시장은 흥분으로 들끓었다. 2000년 닷컴버블은 그 열기의 정점이자 붕괴였다.

 

수많은 기업이 사라졌고, 투자자들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 잿더미 속에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생존자들이 자라났고, 이들은 이후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거대 플랫폼 제국이 되었다.

 

래리 핑크가 말하는 토큰화는 바로 그 시절의 인터넷과 닮아 있다. 부동산, 채권, 통화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 디지털 토큰으로 만들고, 이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게 만드는 기술. 지금은 아직 실험 단계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것이 금융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전화로 주문을 받고 종이 증서를 우편으로 주고받던 시절에서, 클릭 한 번으로 글로벌 거래가 이뤄지는 시대로 넘어왔듯, 금융 역시 또 한 번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닷컴버블 이전, 한국에는 천리안과 나우누리, 하이텔 같은 PC통신 제국이 있었다. 그 공간에서 수많은 필진과 토론가, 콘텐츠 생산자들이 탄생했다.

 

당시에는 그들이 한국 사회의 여론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고, 담론을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팟캐스트로 이동했고, 유튜브로 건너갔으며, 지금은 정치와 사회의 한복판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무대만 바뀌었을 뿐, 전쟁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지금 토큰화와 디지털 자산 시장도 같은 궤적 위에 올라 있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거품 논쟁이 반복되며, 사기와 실패가 뒤섞인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다음 세대의 금융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핑크가 “지금의 토큰화는 1996년의 아마존과 같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때 아마존은 연간 1600만 달러어치 책을 파는 작은 온라인 서점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유통을 지배하는 제국이 됐다.

 

문제는 한국이다. 플랫폼 전쟁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문화 산업에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K-컬처와 K-팝은 세계를 흔들고 있지만, 그 성과가 국민 다수의 놀이와 소비, 수익 구조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제국은 생겼지만, 제국을 함께 즐기고 함께 부유해지는 구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이돌 산업은 소수 기획사와 투자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팬은 소비자이자 노동자가 되며, 창작자는 플랫폼에 종속된다.

 

콘텐츠는 글로벌로 팔리지만, 수익의 상당 부분은 해외 플랫폼과 중개 구조 속으로 흘러간다. 국민 대다수는 관객으로 남고,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다. 이것이 지금 K-컬처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다.

 

인터넷 제국의 진짜 힘은 모두가 참여하는 구조에 있었다. 누구나 블로그를 쓰고, 쇼핑몰을 열고, 영상을 만들며,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은 개인을 미디어로 만들었고, 플랫폼은 그 무대를 제공했다.

 

토큰화와 디지털 자산이 만들어갈 다음 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금융기관만의 리그가 아니라, 시민과 창작자,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래리 핑크의 말은 기술의 예언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통찰에 가깝다. 새로운 인프라는 언제나 혼란 속에서 태어나고, 거품 속에서 성장하며, 붕괴 이후 진짜 승자가 등장한다. 지금 우리는 다시 그 출발선에 서 있다.

 

두 번째 인터넷의 문 앞에서, 또 한 번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의 승패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 독점이 아니라 참여, 제국이 아니라 공동의 놀이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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