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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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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 경희대 교수 계약이 끝났다. 3년 계약직 강의전담교수였다.
당시엔 그런 제도가 막 도입되던 시기였고, 나는 당연히 정규 교수로 이어질 거라 믿었다. 교수평가제에서 전교 최고점을 받았고, 얼떨결에 시작한 ‘성과 문학’ 강좌는 수강신청이 전쟁이었다. 강좌 수는 열 개를 넘겼고, 신문과 여성지 인터뷰 요청도 줄을 이었다.
그땐 몰랐다. 그 인기가 질시가 된다는 걸. 국문과 지도교수도, 선배 교수도 누구 하나 재임용을 돕지 않았다. 오히려 방해했다. 결국 나는 경희대를 뛰쳐나왔다. 그날 이후 28년 동안 교문 안으로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1999년부터 국민대 문창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다. 연세대 출신 국민대 국문과 교수였던 신대철 시인의 주선이었다.
겸임교수는 월급이 없다. 강사료로는 생활이 되지 않았다. 그 무렵 문이당 출판사에서 주간 제의가 들어왔다. 학교에 미련이 남아 비상임으로, 일주일에 3일만 출근했다. 기획과 투고 원고 검토, 기자 미팅, 보도자료 작성이 주업무였다. 당시 문이당은 ‘아버지’라는 대형 베스트셀러 이후 서서히 기울던 시기였다.
김영사에서는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때 기획한 책이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이었다. 큰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사라진 서울문고에서도 인터넷서점과 잡지 기획으로 불렀다. 30대 후반, 가장 반짝이던 시기였다. 포잡을 하며 바쁘게 살았고, 수입은 교수 시절보다 나았다. 그래도 마음은 늘 불안했다. 여전히 교수 자리를 꿈꿨다.
2000년 국민대 교수 임용에서 탈락했다. 최종 후보는 나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울대 국문과 출신 방모 씨가 등장했다. 국민대 국문과 교수 6명 중 5명이 서울대 출신, 1명이 연세대 출신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창비로 등단한 신예 평론가였고, 결국 교수로 뽑혔다. 그는 1년 뒤 서울대로 떠났다. 내 밥그릇을 걷어차고 간 셈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고맙다. 그 덕분에 내 인생에 휴먼앤북스가 남았다. 여긴 정년도, 임용도 없다.
그때의 상처는 컸다. 자존심이 무너졌다. 이를 악물고 대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게 내 문학과 내 삶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라 믿었다.
이후 동방미디어에서 월급 사장으로 일했다. 교수 연봉보다 많았다. 2년쯤 지나 회장과 뜻이 맞지 않아 회사를 나왔다. 수운회관에 빈 사무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계약을 했다. 그렇게 2002년 휴먼앤북스를 창업했다.
처음엔 5년쯤 하면 10층짜리 빌딩 하나쯤은 세울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24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월세를 내고 있다.
왜 빌딩을 못 세웠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능력 부족이다. 인기 작가들과 경쟁해 거액으로 계약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창비, 문지, 민음사에서 책을 내는 작가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쟁탈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돈도 없었다. 대신 신진 작가를 발굴해 키우는 길을 택했다. 성과가 나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메이저 출판사로 갔다.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24년 출판 인생에서 확실히 발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는 한 명이다. 재능과 재치가 있고, 조금 늙었지만 여전히 쓸모가 많다. 평생 계약을 맺었다. 그가 바로 하응백이다. 첫 소설 ‘남중’은 의미 있는 판매를 기록했고, ‘사국지’는 다섯 권짜리 대작이다. 빌딩은 못 사도, 월세쯤은 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출판 마케팅에는 여러 노하우가 있지만, 사재기를 제외하면 결국 답은 하나다. 재미와 입소문. 이번에는 다른 방식을 시도하려 한다.
서평단에게 공짜 책을 주지 않는다. 애정 있는 독자들이 직접 구매해 읽고 서평을 쓰게 한다. 다섯 권짜리 소설은 애정 없는 서평으로는 의미가 없다. 대신 보상은 따로 준비한다. 예를 들면 소설 속 배경인 충북 보은 삼년산성 기행 초대, 그리고 정말 맛있는 음식 대접 같은 것들이다.
광고도 독자가 만든다. 광고 소스를 공개하고 콘테스트를 열어, 수십 개의 독자 광고가 SNS를 돌게 하는 방식이다.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 중이다.
출판은 사양산업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남는다면, 이야기가 남는다면,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오늘은 대구로 간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술 한잔 함께할 분은 연락 바란다. <저작권자 ⓒ 월간 기후변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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